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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상(Diary)/일상다반사

평화의 댐

아무튼씨 2024. 1. 2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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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가 벗겨진 전직 대통령과 입만 열면 '이 사랑 보통사람입니다'라고 말하는 대통령 둘 다 싫었다. 둘 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육군의 장군이었고, 차례로 대통령이 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광주에서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 이건 누구나 다 안다.
이것만으로도 미운 그들은 미워할 만한 짓을 많이 했다. 명색이 장군이었고 대통령인 사람들이 양아치 짓을 했다. 

대머리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있었던 일중에 금강산댐에 관한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 이제는 기억의 저편으로 건너가 흐릿해졌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어느 날 대머리 장권의 정부는 연일 텔레비전에서 북한이 금강산댐을 만들어 수공을 계획하고 있다고 떠들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어머어마하게 거대한 댐을 건설하고 있으며 물을 가득 채운 후 일시에 댐을 열어 남조선을 물로 휩쓸어 버리려 한다는 것이었다.

유명한 일류대학의 공대 교수인지 하는 인간이 나와서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축소 모형까지 준비해서 금강산댐에서 물공격을 하는 실험을 보여주는 친절함을 잊지 않았다. 지형을 축소한 모형에서 서울은 거의 모두 물에 잠겼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그래서 정부는 괴뢰당의 수공을 막을 비책으로 평화의 댐을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다음은 평화의 댐 건설을 위한 성금모금 방송이 연일 계속되었고, 성금을 내려는 사람들은 줄을 이어 방송국으로 달려와 북한을 규탄하는 멘트를 쏟아내며 모금함에 기꺼이 돈을 넣었다. 이것이 방송의 힘이고 구라이며 국민을 농락한 대머리 대통령을 내가 미워하는 또 한 가지 이유이다.

내가 사는 곳은 아주 남쪽이라 그까짓 댐 터져도 물구경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학교에서는 성금을 거뒀고 나는 서울에 사는 동포들이 걱정되어 생라면 뿌셔 먹으려고 모아둔 비상금을 기꺼이 성금으로 내며 뿌듯해했다.

그때는 교수인지 전문가인지 하는 인간의 그럴듯한 설명을 듣고 정말 서울이 물바다가 될 줄 알고 그렇게 믿었다. 그 대머리 장군 대통령은 그런 식으로 코흘리개의 돈까지 삥을 뜯어갔다. 훗날 대머리의 비자금 조성액이 몇 천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난리가 났었다. 그 비자금에 이 성금의 일부도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요즘 대머리 대통령과 물태우라 불리던 대통령의 쿠테다 당시를 소재로 만든 영화가 흥행 중이다. 이 영화를 보고 평화의 댐이 떠올라 이렇게 몇 자 적었다. 

우리 동네 좀 논다 하는 형들도 원칙이 있고 하지 않는 짓은 있었다. 적어도 코흘리개의 돈은 삥 뜯지 않는다였다. 그런 시절이었다. 두 장군들은 그럴싸하게 만들어 양아치 짓을 하고 말았다. 훗날 재판정에서 손잡고 깜빵에 갔고 머지않아 특별 사면으로 풀려난 후 잘 먹고 잘 살고 골프 치고 멋지게 살다 죽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금강산댐 수공을 이슈로 국민들에게 삥을 뜯고 있는 남조선의 모습을 본 북조선의 '붉은 돼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자기 팔아서 삥 뜯는다고 화를 냈을까? 아니며 지네 백성들 삥 뜯느라 남쪽에서 굿을 하든 말든 관심 없었을지도 모르고...

하여간 그 시절 자신의 보물 1호인 '빨간 돼지 저금통'의 배를 

마치 애니메이션 똘이장군에 나오는 붉은 돼지의 배를 칼로 자르듯 과감하게 가르고 

성금을 냈을 모은 어린이 동료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학교 운동장에 전교생이 모여 금강산댐을 만드는 북한을 규탄했었던 기억도 떠오르는 평화로운 일요일 오전이다.

 

 

글쓰기 챌린지 Day 3 - 평화로운 일요일에 평화의 댐에 관한 단상을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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