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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상(Diary)/일상다반사

무신론자

아무튼씨 2020. 3. 1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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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는 불교신자다. 집안이 불교 집안이었다. 6년 연애를 했는데 결혼하고 알았다.  결혼하고 한 달쯤 지나 와이프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는 스님이 와서 염불을 하고, 하여간 불교를 신앙으로 하는 집안의 흔한 장례식 이었지만 종교가 없는 내게는 조금 어색하고 불편했다. 

원래 나는 2~30대에는 무신론자였다. 나이가 더 들면서 신이라는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신이 있을 수도 있지만 종교를 가지지는 않기로 했다. 어떤 종교든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그런 생각은 없다. 그것은 그 사람의 자유이고 권리이니까. 다만 나는 종교를 가지지 않을 자유를 얻으면 그뿐이다. 

아내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절에 간다. 주로 통도사를 찾는다. 매달 찾는 절이 통도사이고 시간만 나면 여러 절을 돌아다닌다. 송광사, 남해 보리암, 해인사, 낙산사, 절에 좀 다닌다는 사람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아는 절은 1년 내내 다닌다고 하면 딱 맞는 표현일 것이다. 나는 운전기사 겸해서 따라간다. 와이프가 대웅전 법당에 들어가 절을 하며 기도를 올리는 동안 나는 밖에서 이곳저곳 구경을 한다. 아미타불, 지장보살, 관세음보살 등 불상들이 어떻게 다른 지도 살펴보고, 사천왕상도 갈 때마다 유심히 본다. 손에 탑을 들고 있기도 하고, 용을 틀어쥐고 있기도 하다. 발은 절대 땅에 닿지 않는다. 난쟁이나 다른 것을 밟고 있다.  큰 절이라 제법 볼거리가 풍성하다. 와이프가 석가모니에게 무슨 기도를 올리는지 나는 모른다. 굳이 묻지도 않고 그녀도 내게 애써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가끔 법당의 열린 문틈 사이로 불공을 드리러 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기다린다. 저 많은 사람들은 어떤 기도를 하는 것일까? 사업 성공, 시험 합격, 건강 등등 각자 바라는 바를 염원할 터이지만 무교인 나는 어떤 존재에게 의지하는 간절함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간간히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인도 있고 일본인도 있고, 금발의 서양인들도 있다. 아마도 해설사인듯한 사람이 영어로, 중국어로 일본어로 무언가를 설명하고 관광객들은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러 따라다닌다.

 

중학생이던 시절에는 교회에도 꽤나 들락거리기도 했지만 신앙이었다고는 할 수 없다. 아주 좋아하고 따랐던 형과 누나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기독교에 대해서 아주 조금은 얻은 지식이 있다. 

야훼께서 천지를 창조하셨고 마지막으로 인간을 만드셨다. 인간 남녀는 신과의 약속을 어겨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하여간 그의 아들 독생자를 죄 많은 인간들에게 보내주시고 인간들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며 그의 흘린 피로 인간의 죄를 사하게 하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 이것을 믿는 것이 핵심이라고 들었다.

 

하여간 와이프의 기도가 끝나면 공양간으로 가서 절밥 한 그릇 얻어먹고 온다. 매번 돈이든 쌀이든 등을 달던 하고 얻어먹는 밥이니 공짜밥은 아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들어가면 밥을 푸고 콩나물무침, 무채 등 과 고추장 한 스푼으로 완성되는 비빔밥 한 그릇을 먹고 나온다. 별거 없는 듯한데 맛이 있다. 

당연히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못 간다. 연일 신천지의 소식을 듣고 있자니 종교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는 중이다. 부처님이든 관음보살이든 그분들께 기도를 올리지만 들어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그렇다. 

불교는 무신의 종교다. 나는 그리 알고 있다.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이 담소를 나누는 영상에 보면 성철 스님 불교는 무신의 종교라고 이야기하신다. 

석가모니의 석가는 사까라는 인도의 성씨를 모니(무니)는 성인을 뜻하므로 석가 성씨를 가진 성인이라는 뜻인데 한자로 옮긴 것이다. 석가모니는 자신을 붓다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셨다고 한다. 붓다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돌아가시기 바로 전 제자에게 나를 위해 평상을 만들어 달라 하시고 허리가 아프구나 라고 말씀하셨다 한다. 정말 인간적이 않은가! 

깨달음을 얻는 법을 설파하다 열반에 든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흐르며 이것저것과 섞이며 신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듯하다. 

어쨌든 종교가 없는 나는 구글(google) 신 정도를 좋아한다. 

종교가 세상의 현상과 모든 일들을 설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그 역할은 과학 같은 것들이 대신하고 있다. 질병과 전쟁과 기아를 멈추거나 줄일 수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 일 것이다.

만약 신이 계신다 해도 인간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을 기꺼워하실 듯하다. 

잠이 오지 않는 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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