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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상(Diary)/세상물정

만년필

아무튼씨 2020. 4. 2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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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의 몸체 안에 잉크를 저장하는 통이 들어있는 필기도구를 만년필이라고 한다. 나무위키에 보니까 기원은 고대 이집트까지 올라간다. 현대식 만년필은 1884년 미국의 루이스 워터맨이 모세관 현상을 이용한 만년필을 발명하였다고 한다. 이런 설명이 아니더라도 뭐 대체로 만년필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볼펜이 대중화되었고 아주 다양한 필기구가 나온 요즘에는 만년필의 사용이 많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만년필 특유의 필기감과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잉크의 리필이나 카트리지의 구매가 번거롭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임에도 불구하고 만년필을 사랑한다. 그리고 잉크의 점성이 낮아 볼펜처럼 잉크가 뭉치거나 하지 않아 손에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쓸 수 있어서 좋아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만년필은 아주 초저가부터 필기도구의 가격이라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고가의 제품까지 다양하다. 만년필을 제작 판매하는 브랜드도 많아진 거 같다. 만년필 하면 몰블랑, 파커, 펠리컨 등 만년필을 사용하지는 않아도 이름은 아는 브랜드들이 많다. 몽블랑 만년필 중 아주 비싼 것은 백만 원이 넘는 것도 많다. 

사진은 몽블랑의 마이스터스튁 149 만년필이다.

 무슨 필기구에 1백만 원 이상의 가격을 들여 사느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동의한다. 이렇게 고가의 만년필은 아마도 오로지 필기구의 목적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성공의 표식으로 구매를 하거나 존경하거나 고마운 사람에게 힘들게 마련해서 주는 선물일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나의 만년필 너무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유명 메이커의 만년필을 구입할 형편도 아니고, 형편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다. 나의 첫 번째 만년필은 라미 사파리 만년필이었다. 온라인으로 구매하면 대략 2만 원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사용하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많이 유명해졌다. 그전에 만년필을 사용해 본 적 없었던 나는 약간 어색함을 느꼈다. 샤프와 볼펜류의 필기구를 쓰던 느낌과 많이 달랐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이전의 습관대로 꾹꾹 눌러서 썼다. 조금 지난 후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써진다는 것을 알았다. 사용할수록 또 다른 만년필도 써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이름 있는 만년필들은 대체로 10만 원대였다. 그러다 우연히 문구점에 들렀다가 특이한 것을 보았다. 2~3,000원대의 만년필이 보인 것이다. 설마 만년필이 이렇게 싸다니 하는 마음으로 구매해서 사용해 보았다. 프레피라는 이름의 만년필인데 요즘 만년필 입문자들에게 많이 추천되기도 하는 걸 알았다. 저렴한 가격에 비해서 아주 괜찮게 느껴지는 만년필이다.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세필을 사용하는 내게 아주 만족할 만한 닙이었다. 

프레피 만년필 0.2

하지만 프레피 만년필을 사용하는 즐거움도 길지 않았다. 가성비는 좋지만 너무 볼펜 느낌의 디자인이 내 마음을 계속 끌어당기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무렇게나 막 쓰는 글의 경우에는 아직도 즐겨 사용한다. 그래서 나도 다시 만년필을 검색하기 시작하다가 가격도 디자인도 후기도 좋은 물건을 발견하였다. 유튜브에서 실사용하는 영상을 보고 더욱 마음에 들어 바로 구매했다. 연필로 유명한 독일의 스테들러에서 만든 만년필이다. 스테들러 TRX 476. 가격은 5~6만 원대인데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닙의 굵기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사치스럽지도 않은 디자인에 그렇다고 싸구려 느낌도 없고 무던해 보여서 더 마음에 든다. 앞으로 한동안은 이 녀석으로 오래오래 글을 쓸 거 같다. 노트 위에 글을 쓰는 맛이 아주 좋다.

나는 가는 세필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장 얇은 EF닙으로 구매했다. 잉크를 넣어 쓰는 컨버터라는 것이 같이 포함되어 왔지만 나는 교체하기 쉬운 카트리지 2통을 따로 주문했다. 다음에도 만년필을 산다면 나는 이 녀석을 다시 살 것이다. 필기구에 너무 많은 돈을 쓸 수도 없고 쓸 생각도 없다. 이 녀석 정도면 아주 딱이다. 과하지 않은 가격에 내가 만년필을 쓰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충분히 주기 때문이다. 오늘도 몰스킨에 짧은 글이라도 써보려 한다. 소소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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