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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상(Diary)/일상다반사

나의 1촌

아무튼씨 2009. 7. 2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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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교를 입학하게 되었을때....그때가 1987년이었다.
나는 시골에서 살고 있었고..학교는 마산의 인문계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되었다.
매일 아침이면 6시가 되기전에 일어나
시골빨간 버스가 오는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빨간버스를 타고 마산시내로 나간다음
다시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학교 등교를 했다.
그리고 수업을 마치면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온다음...
또다시 시골로 가는 빨간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시작했다.
빨간 버스를 타는곳까지  대략  4km남짓 된다.
1학년 첫입학후 얼마되지 않아 모든 식구가 늦잠을 자버렸다.
아침도 못먹고 대강 옷만 챙겨입고 아버지와 나는 버스가 오는곳으로달려갔다..물론 도시락도 못싸고....(요즘은 학교에서 급식이라는걸 하는 모양이다)
근데 3월인데 갑자기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아버지가 자전거 뒷자리에 날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저멀리 빨간완행버스가 정차하는곳이 보일때쯤 이미 버스는 출발하고 있었다.
버스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치는곳에 눈발이 하얗게 날리는게 보였다.
버스를 놓친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다행스러운것은 시골의 완행버스라는것이구석구석 돌아서 나간다는 것이다.
그 버스는 저산 고개너무 안쪽 마을에 들러 손님을 태우고 다시 나와서 가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나는 빨간버스 뒤를 따라 달렸다.그때 당시 우리마을은 완전 비포장 시골길이었다....
빨간버스가 고개너머 안쪽 마을의 손님들을 태우고 나오기전에 우리가 그곳에 도착해야 그 버스를 탈수 있는것이다. 조그마한 산사이의 고개입구부터는 더이상 자전거를 같이 타고 올라갈수 없었다.
아버지는 자전거에 내 책가방을 싣고서 끌고 달렸다. 나도 옆에서 그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달렸다.
고개마루를 거의 다 내려와 갈때쯤 안쪽 마을에 들어갔던 버스가 불빛을 비추며
거의 다 나와가는게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이 버스를 놓치지는 않을거 같았다.
아버지와 나는 버스 정류장 앞에 도착해서 나오는 버스를 쳐다보며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 머리에도 하얀눈이 쌓여 있었다.
아버진 내게 가방을 건네 주었고....난 머리에 쌓인 눈을 털고 차에 올라탔다.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그때 난 아버지를 버스안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으로 자세히 볼수 있었다...
아들이 지각할까봐 급하게 나오는라 눈내리는줄도 모르고 대강 챙겨입은 옷가지며
맨발에 슬리퍼....그리고 한쪽발에는 아예 슬리퍼가 신겨져 있지도 않았다....
눈이 뜨거워지면서 아파왔다.
고개를 넘으면서 벗겨진것이었다. 3월초 추운 눈내리는날 비포장길을 그것도 맨발에 슬리퍼
그리고 한쪽은 벗겨졌는데도 아들이 버스를 놓치게 될까봐 벗겨진 신발을 찾아 신을 생각도 하지않고  자전거를 끌고 비포장 고개를 넘은 것이다. 차가운 비포장길에 맨발로 돌맹이를 밟으며 얼마나 발이 시리고 아프셨을지..차에 올라타자 눈에서 뜨거운 기운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곤 아버지는 자전거를 맨발로 끌고 고개를 다시 넘어...내가 늘 세워 두던곳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집으로 돌아가셨다...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내가 타고 돌아올수 있도록......그날 아버지 머리위에 하얗게 쌓인 눈과 아버지의 한쪽 슬리퍼가 벗겨진 맨발이
30대 중반을 넘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이제는 그때 아버지 머리에 쌓인 눈만큼이나
백발이 머리를 덮어 버렸다.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이보다 더 힘들게 자식을 키우시고 사랑해주는 보모는 세상에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지금 나의 6살짜리 아들을 쳐다보면서 나도 아버지처럼 그렇게 내아들에게
내가 힘들고 아파도 위해주고 사랑해줄수 있을까 생각해보면...더욱더 아버지가
고맙기만하다..."사랑합니다. 아버지...우린진짜 1촌이죠......"
인터넷세상의 1촌보다 정말 내 1촌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아버지에게 전화한통 드려보지만
경상도 남자들은 늘 그렇다.
"어~ 그래, 잘 지내나?"
"네, 아버지는 ...?"
"내야 잘 지낸다. 밥은 잘 무꼬 일하는기가?"
"네, 아버지는...?"
"걱정마라..별일 없제?"
"네...."
"바쁠낀데 일봐라"
"네...."

수화기를 내려놓고 혼자 소리로 말한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지금 내 옆에는 아빠 좋다며 내 볼에 쪽쪽거리며
뽀뽀를 해대는 아들 녀석이 있다...
아버지!  제 마음도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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